PD수첩의 취재보도로 시작된 민간인 사찰 파문이 여야의 공방 속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29일 MBC ‘PD수첩’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다. 전직 은행원으로 근무했던 김종익씨가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했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사찰을 당한 것이다. ‘쥐코 동영상’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촛불집회 과정에서 촉발된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영상으로 당시 200여만명이 봤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끈 동영상이었다. 김씨는 이 동영상을 하루 방문자가 20여명 내외인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스크랩했고 그로부터 얼마 후 총리실로부터 압박을 받아 결국 근무하던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일본으로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사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당시 김씨의 일본 내 연락처까지 파악할 정도로 그에 대한 표적수사를 계속했다. 사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수사권을 지닌 기관이 아니다. 김씨에 대한 사찰은 김씨의 회사는 물론 카드내역서까지 확인하는 등 수사를 계속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급기야 김씨는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이 나간 후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에는 지금이 7-80년대 독재정치의 시대냐, 빅브라더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아닌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인지조차 의심스럽다는 우려와 비난의 글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이러한 논란 과정에서 영일, 포항 출신의 공직자 모임인 ‘영포회’ 소속 인사들이 민간이 불법사찰을 주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찰을 담당한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두 사람 모두 영포회 멤버다.
7. 28 재보궐 선거가 8일 밖에 남지 않은 이 시점, 여야는 이 사안을 가지고 치열하게 공방 중이다. 일단 여당과 청와대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관련자를 조사하고 문책하는 등 발 빠른 대처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빠른 대처가 선거를 의식한 행동으로 당장 급한 불만 끄자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그에 반해 야당측에서는 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쟁점화 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 역시, 이 사안의 정치 쟁점화로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하는 속이 들여다보여 불편한 기분이 들게 한다.
여러 핵심 인사들의 말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소환과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한동안 이 사건은 아무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논란 속에서, 사실은 시대 논리에 역행한 터무니없는 사찰에 희생된 인간의 권리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부디 이 사건이 선거만 끝나면 모두의 관심 속에서 멀어지는 결말로만 끝나지 않기를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