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민족문제연구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혈서를 공개했다.
그들이 밝힌 내용에 의하면, 박 전대통령은 문경에서 교사로 재직 중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군관으로 지원하였으나 연령 초과로 일차탈락하였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지원 서류와 함께 '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라는 혈서와,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써 일사봉공의 굳건한 결심입니다, 멸사봉공, 견마의 충성을 다할 결심입니다.'등의 채용을 간곡히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를 동봉하여 재차 응모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당시 군관모집자들을 크게 감격시켰다는 그런 내용이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친일행위가 분명하다며 분노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혈서 자체에 조작의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분분하다.
재밌는것은 그 다음날 언론사들의 반응이다. 중앙 일간지 9개 신문 가운데 한겨레 신문과 경향신문은 물론, 한국일보와 국민일보, 세계일보까지 그 다음날 바로 박정희의 혈서를 기사화했다. 특히 한겨레신문은 1면에 이 기사를 실으며 꽤 비중있게 보도했다. 반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박정희 혈서사건은 언급하지 않은 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을 반박하는 칼럼만을 실었다. 조선일보에서는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와 관련된 기사 하나 발견 할 수 없었다.
비록 장동건-고소영 열애 사실에 묻히기는 했지만,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자신의 모국에 온갖 만행을 서슴지 않은 나라에게 충성맹세를 했다는 것은 꽤 중대한 사실이다. 조작의 여부를 떠나서 그런 충성맹세의 혈서가 공개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이슈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한 일이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이런 일들을 알려야하는 의무를 지닌 언론사들이, 그것도 가장 많은 독자수를 보유하고 있는 신문사들이 자신들의 이런 의무를 계속해서 번번히 외면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삼성 비자금 관련 김용철 전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있은 다음날에도, 그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던 이 사건을 다른 신문사들이 대서특필할 동안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12면에 코딱지 만하게 박아나 찾기도 어렵게 만들어 놓고서는 이번역시 자세한 보도의 실상은 피한 채 칼럼만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거나 또는 아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몇년 전 정부가 언론사를 통폐합 시킨다고 했을때는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 국민의 알권리를 외치더니만, 정작 자신들의 주관적인 이념과 이익때문에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자신들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의무마저 하지 않고 있는것이다.
물론 이들이 아무리 이렇게 숨겨도 국민들도 '알 건 다 안다.' 그러기 때문에 명백하게 떠도는 사실들을 자신들만 모른 척 하는 언론사들이 오히려 더 괘씸하고 얄미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