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국가대표 선발전 담합과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포기 의혹을 조사해왔던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지난 달 말 관련자들을 소환해 면담을 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정수, 곽윤기 두 선수에게 자격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는 지난 달 23일 공동조사위원회가 이정수, 곽윤기에 대해 권고한 징계내용인 ‘1년 이상 자격정지’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징계이며, 3년의 자격 정지는 사실상 쇼트트랙 선수에게 선수생활을 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징계에 대해 이정수, 곽윤기 두 선수는 반발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인생의 모든 것을 걸었던 쇼트트랙을 하지 말라는 얘기니 당연한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안팎에서도 이번 징계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더욱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사실 쇼트트랙 계의 담합, 짬짬이 등의 문제는 오래전부터 곪아있던 부분인데, 그동안 수면 위로 잠깐 불거졌다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는 했다. 그러한 과정이 이번에 한꺼번에 터지면서 그것을 선수들에게만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준호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도 인터뷰에서 “그동안 담합이나 짬짬이 등을 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협회사람들과 일부 코치들의 문제지,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한 선수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이번 징계 결과가 쇼트트랙의 방향을 바로 잡으려는 객관적인 평가를 넘어서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에 대한 감정적인 보복 의식이 포함돼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뿌리가 깊은 쇼트트랙의 악습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이고 중징계가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번 이정수, 곽윤기의 3년 징계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쇼트트랙계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쇼트트랙 관계자는 이번 징계에 대해 "해당 선수들이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징계 수위가 더 높아지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며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유리한 쪽으로 자꾸 말을 바꾸는 모습까지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정수와 곽윤기는 현재 빙상연맹에 징계내용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해 놓은 상황이지만 징계 수위가 조정이 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나름대로 선수들 측의 의견을 반영해 구성한 공동조사위에서 결정한 권고사항보다 현저하게 높은 징계를 결정함으로써 공정성은 물론 공적인 징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최소 침해의 원칙'이나 '과잉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이번 조치가 과연 부패할 대로 부패한 한국 쇼트트랙의 국가대표 선수 선발 시스템을 진정으로 바로잡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두 선수에게 무거운 책임을 떠넘기는 데에만 그치며 '괘씸죄'로 넘어가려는 것인지 적절한 평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책임질 전도유망한 선수들이 지금 현역 선수로서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점에서, 따끔한 질책으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일정기간 근신하게 한 뒤 새 출발을 돕는 것과 '읍참마속'이라는 미명하에 아까운 선수들을 희생시키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올바르고 현명한 결정일지, 상벌위는 스스로 신중하게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