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3월 18일, 평소와 같이 수업을 듣기 위해 익숙한 걸음을 재촉하던 중에 포스코관 앞에 모여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벽에 붙여진 대자보를 읽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저렇게 큰 자보를 세 장이나 붙여놨을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던 찰나에 내 눈에 보인 두 단어. 김예슬 선언.

 

 

지난 3월 7일,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예슬씨는 자발적으로 퇴학을 선택했다. 그녀는 같은 날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대자보를 붙였다. 남들은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 대학과 학과에 간 그녀가 조용하게, 그러나 이면에는 큰 회오리바람을 남기면서 대학을 떠난 이유가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우리가 알면서도 쉬쉬한,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말하지 않아서 덮어두어야만 했던 오래된 문제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 것이다. 대학의 상업화와 기업화는 날로 심해져 진리 추구를 위한 장이라는 대학의 본질이 무색해 질 정도다. 학교 안은 온갖 상업시설로 얼룩져있고 학교조차 학생들을 이익 추구의 대상으로 본 지 오래다.

 

 

그런데 뻔뻔하게도 대학들은 대학의 원래 역할을 제대로 하지도, 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물가상승, 비용 증가를 이유로 끊임없이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다. 물가가 오름에 따라 등록금이 매년 올라야한다는 것 자체가 교육을 백년지대개가 아닌 하나의 이익 추구를 위한 하나의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대학의 생리 속에서 대학생들은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좁아진 취업문에 허덕이면서 먹고 살 앞날을 걱정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대학에 입학하고도 취업이라는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해야하는 대학생들에게 대학 생활의 낭만은 사치재에 불과하다. 대학도 이러한 슬픈 현실을 조성하는 데 꽤나 큰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예슬 선언에 이어 우리 학교 이화여대에도 그녀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혹자는 2~30년 전 대학생들도 이와 똑같은 걱정을 했다며 왜 자퇴까지 하면서 괜한 엄살을 떤다고 나무란다. 그러나 그녀의 행동은 현재 그저 바라보기에는 가볍지 않은 한국 대학의 현 주소에 대해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녀의 행동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한국 대학의 문제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초석을 닦은 그녀의 행동이 현재의 대학생, 그리고 대학 관계자들에게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는 점에는 확신한다.